4월 12일(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 아무런 합의 없이 막을 내렸습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직접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미·이란 대화 채널이 사실상 닫혔습니다.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초대형 유조선들이 뱃머리를 돌렸고, 주말 CFD 플랫폼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협상 결렬의 배경, 호르무즈 해협의 현재 상황, 에너지 시장 파장, 그리고 이번 주 글로벌 시장이 주목해야 할 일정까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복수의 매체가 전한 협상 결렬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상당히 유연했고, 최선의 제안을 내놨다"고 했지만, 이란 국영 TV는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전쟁으로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했다"고 맞받았습니다. 양측의 서사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인 거죠. 아 진짜, 이 정도 온도차면 단기 내 재협상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란 외무부도 "추가 협상 라운드 참가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합의 실패가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굽히지 않을 경우 '해상 봉쇄(naval blockade)'를 압박 카드로 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를 직접 공유했습니다."
협상 결렬 발표 직후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란으로부터 사전 통항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던 VLCC(초대형 유조선) 3척 중 2척(Agios Fanourios I, Shalamar)이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오직 세 번째 선박인 Mombasa B만 이란 승인 항로를 통해 통과에 성공했는데, 현지에서는 통행료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사실 이런 패턴은 최근 수 주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도 중국 컨테이너선 2척이 U턴 후 최종 통과했고, 지난주엔 LNG 운반선 1척이 회항했습니다. 4월 11일 토요일에는 중국 유조선 2척과 그리스 선박 1척이 원유를 적재한 채 통과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보안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거죠.
한편 걸프 산유국들은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주말, WTI 원유 선물은 5.3% 반등했습니다. 직전 며칠간의 낙폭을 고려하면 단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이르지만,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갑니다.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나증권 퀀트팀(이경수, 2026.4.12)은 이번 주 퀀트 코멘트에서 미국 원유 업종의 이익모멘텀이 '원탑 수준'으로 점증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엑슨모빌, 셰브론, EOG리소시스, 발레로에너지 등이 글로벌 이익모멘텀 최상위권을 기록 중이라는 분석입니다.
"유가 등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미국 기업이익에 크게 기여 중이며, 특히 중국과의 이익모멘텀 격차 확대가 두드러진다." — 하나증권 이경수 퀀트 코멘트 (2026.4.12)
반대로 항공 업종은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서 이익모멘텀이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금융과 전문 소매 업종도 가계 실질소득 감소와 연체율 상승 영향으로 하향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수혜·피해 업종이 이번 실적 시즌에서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암호화폐 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밴스 부통령의 협상 결렬 발언 직후 비트코인이 72,0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60분 내 암호화폐 시장에서만 약 1억 1,500만 달러의 청산이 발생했습니다. 위험자산 전반에 걸친 투자 심리 악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협상 결렬이라는 지정학 변수와 맞물려, 이번 주는 그 자체로도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특히 주목할 이벤트들을 날짜별로 정리해 드립니다.
국내 시장 측면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눈에 띕니다. 지난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5.1조 원을 순매수하며 완벽한 귀환 시그널을 보냈습니다(하나증권 퀀트 분석). 방산, 상사, 해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이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이번 협상 결렬로 주초 외국인 매수 강도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조선업에도 수주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대만 에버그린 해운이 한화오션에 24,000TEU급 LNG DF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척당 약 2억 6,200만~2억 9,500만 달러 수준으로, 총 계약 규모는 15.7억~17.7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호르무즈 봉쇄와 별개로 LNG 수요·해운 투자는 장기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협상 결렬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완전한 실패'에 가깝습니다. 21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논의가 이어졌다는 건 양측 모두 접점을 찾으려 했다는 뜻인데, 결국 핵 프로그램이라는 근본적인 주권 문제 앞에서 벽을 넘지 못했죠. 이란 입장에서는 '핵=생존 보장' 논리가 워낙 강하게 내재화돼 있어 단기 협상만으로는 해소가 쉽지 않습니다.
시장이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가격에 반영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호르무즈가 실제로 얼마나 오래 제한될지, 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이 공급 부족분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해상 봉쇄 카드가 실제로 꺼내질지 여부 모두 아직 안개 속입니다.
이번 주는 지정학 노이즈와 굵직한 경제지표, 대형주 실적이 동시에 쏟아지는 만큼 변동성 자체가 하나의 특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너지·방산 업종의 이익모멘텀이 두드러지고 있는 반면, 항공·소비재 쪽은 고유가 부담이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TSMC와 ASML 실적은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흘러갈지, 함께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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